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개고기 비난에 대해 반박할 때 외국 어디도 먹고 어디도 먹는다는 식으로 핑계를 댄다. 개고기를 먹는다고 주장하는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와 스위스에 대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와 서양사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리석 개 조각, 로마, 1~2세기박>
서양사는 또한 이슬람사와 미국사, 청사와도 연결된다. 종교 개혁 이후 천주교와 청나라 역사는 조선 역사와도 연결된다. 병자 호란 이후 청나라에 끌려간 소현세자 가족들이 조선에서 몰살당한 이야기와도 관련 있다.
<천사들과 개가 새겨진 어린이 석관, 대리석, 로마, 300년>
이 길고 긴 이야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키는 에트루리안이다. 천주교(로마 카톨릭) 토대는 에트루리안이고 종교 개혁 이전 서양 역사는 로마 카톨릭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로마 지배층은 에트루리안 문화를 그대로 가져왔다.
<횃불을 든 아르테미스와 개가 새겨진 램프, 로마, 175~225년>
수 천 년 전 개 무덤을 만들 정도로 (특정)개를 숭배한 에트루리안 지배층은 날개달린 개 신앙을 믿었다. 날개달린 개 신앙은 로마 제국 지배층은 주로 그리핀으로 변형된 날개달린 개 상징을 즐겨 사용했다.
<횃불 든 아르테미스와 개 테라코타, 로마, 기원전 3~2세기>
로마에서 개는 죽음과 어둠(어둠을 밝히는 불)의 영역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로마와 에트루리안 사이의 전쟁은 기존 해양 교역 지배 세력에 새로운 왕족(로마의 건국 세력)이 추가되는 선에서 정리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 형제가 개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마 건국 신화도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기존의 왕족이 아니기에 황제가 될 정당성이 없는 로물루스 형제에게 신성을 부여해 왕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젖이 불은 날개달린 개가 새겨진 인장 반지, 그리스 로마 지역, 기원전 1600~1500년>
로물루스 형제가 태어나기 수 천 년 전부터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막 새끼를 낳은 듯 젖이 불은 날개달린 개가 황제를 상징한다고 믿었다. 새로운 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동요하는 민심을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와 청나라에도 있었다. 키루스 대왕과 누르하치는 죽을 위기에서 개가 목숨을 구해줬다. 아케메네스 페르시아는 개를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채택했다. 청 왕조에서는 개를 죽이는 것이 불법이었다.
<조로아스터교를 믿은 후기 바빌로니아의 개석상, 기원전700~500년>
페르시아를 멸망시킨 이슬람 제국에서는 개가 악마다. 청 왕조가 멸망한 후 세워진 중국 공산당의 모택동은 중국에서 사라진 개고기 식용 문화를 되살렸다. 모택동의 붉은 군대는 개고기를 먹었다. 중국 공산당 군대 소속이던 김일성은 개고기를 좋아했다.
개고기를 금지하는 천도교를 제거하고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 지배 후 개고기는 북한의 전통음식이 되었다. 개고기 하나로 중국 공산당과 북한이 연결되는 것이다. 북한이 내세운 개고기 전통론의 근거는 또한 현재 한국에 만연한 개고기 전통론의 근거와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 공산당의 제국주의와 개고기 식용에 관한 개념도>
북한은 김일성이 사랑한 개고기를 전통음식으로 만들기 위해 허준의 『동의보감』을 내세웠다. 또 그 외 조선에서 발행한 개고기에 대한 문헌을 긁어모아 개고기가 보약이라고 선전했다.
<모택동과 만난 김일성, 1970년 10월 1일>
그런데 앞서 말했다 시피 『동의보감』을 비롯한 조선 시대 개고기 기록의 원 출처는 『신농본초』다. 신석기 시대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 ‘신농’이란 신이 쓴 기록을 중국 양나라 시대 중국 한족이 찾아내 책으로 엮은 것이 『신농본초』다.
<신농, 1503년>
김일성은 『동의보감』의 약효를 아주 철썩같이 믿은 듯 하다. 김일성의 만수무강만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개고기 약효에 대해 아주 집요하게 연구했다. 개고기와 불포화지방 혹은 개고기와 콜레스테롤과의 관계 등 북한에서 연구한 연구 기록은 1989년 이후 한국에서 통용되었다.
<소련 공산당의 후원을 받으며 평양시 민중대회에 등장한 김일성, 1945년 10월 14일>
개고기 전도사를 자처하며 육견협회 고문을 지냈으며 개고기 사업에 열을 올리던 한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통해서 말이다. 이런 식으로 북한의 개고기 전통론과 개고기 만병통치설은 아무런 검증없이 한국 사회에 퍼졌다.
<만청상 연구원에서 김일성 만수무강을 위해 가축을 연구한다는 통일신문, 2016년 4월>
한국 언론,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 운동권 세력, 친일파 세력 등이 합세하며 형성된 한국의 개고기 옹호론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의 개고기 전통론과 학계에 최초 보고된 약효는 모두 북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로 북한이 개고기에 국가의 명운을 걸었느냐 하면 전혀 새로운 종의 개를 창조해낼 정도였다.
<노란 샤페이 강아지, 사진 출처 : Beverly & Pack>
황구(누렁이)가 제일 몸에 좋다는 신농의 말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는 와중에도 눈물나는 개량 연구 끝에 머리부터 발끝부터 심지어 눈알까지 노란 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내는 김일성이 만수무강해야 북한도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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