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황제 건륭제는 자기가 신라인의 후손이라고 했다. 여러 기록에 의하면 통일신라 멸망 후 신라인이 중국 북부로 이동해 발해가 있던 지역의 여진족을 통합해 금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후금을 세운 아골타, 12세기>
금나라가 망했다가 17세기 다시 후금을 세웠으니 바로 청나라다. 그렇다면 통일신라 시대까지 왕족만 키울 수 있던 삽살개와 청나라 황족만 키울 수 있던 사자개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황실 개로 보는 통일신라와 금, 청의 관계>
기원전 14세기 키푸로스에서 신성한 개를 믿던 지배 세력이 스키타이와 흉노로 이동했고 흉노는 계속 갈라져 신라와 금, 청나라의 지배층이 되었다는 가설이다.
모든 기마 유목민이 인종과 언어를 제외하고 같은 문화를 지녔다고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증명을 해보라고?
<보드 게임을 하는 금나라 여인들, 12세기>
단서는 의외로 사소한 데 있을 수 있다. 보드 게임이다. 12세기 금나라 여인 두 명이 열심히 보드 게임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 벽 타일이다.
이 유물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째, 금나라 여인들의 복식과 배경으로 보아 금나라 지배층은 상당히 발달한 문화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흉노의 보드 게임 판과 말,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적어도 고려와 조선이 욕한 것처럼 개가죽을 뒤집어 쓰고 토굴에 사는 야만인은 아니었다. 두 번 째, 몽골의 흉노 유적에서 발견된 보드 게임 유물로 보아 보드 게임은 적어도 1300년 동안 기마 유목민 사이에서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금나라가 신라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면 통일신라 지배층도 마찬가지로 보드 게임을 하고 놀았을 수 있다. 왜 보드 게임이 기마 유목민의 문화인가?
<육박 게임을 하는 한나라 여인들, 1~2세기>
흉노와 비슷한 시기 한나라 유물을 보자. 아마도 왕실 여인인 듯한 두 여인이 육박 게임을 하고 있다. 육박은 전한 시대 이후 바둑이 유행하기 전까지 중국 대륙에서 즐긴 게임이다.
<중국인이 즐긴 육박과 바둑놀이>
흉노 인이 말을 타고 생활했기 때문이다. 보드 게임은 언제든 탁탁 접어 상자에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다. 보통 상류층이 사용하는 바둑판은 귀한 나무에 옻칠을 하거나 옥으로 만들어 매우 무겁다.
말에는 못 싣고 소가 끄는 수레에나 실어야 한다. 번거롭다. 그래서 기마 유목민이 보드 게임을 즐긴 것 같다. 당나라와 청나라는 기마 유목 왕조가 중국인을 지배한 경우다. 바둑과 보드 게임을 모두 즐겼을 가능성이 있다.
<에도 시대 바둑판과 바둑알, 일본, 1800~1880년>
사실 보드 게임의 역사는 흉노 시기보다 더 오래되었다. 무려 기원전 13세기에서 11세기 사이 키푸로스에서 보드 게임 상자가 발견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날개달린 개의 변형인 불새가 그려진 게임 상자가 그것이다. 영국 박물관에서 이 게임 상자를 펼쳐서 그려 보니 이렇게 생겼다. 흉노의 보드 판과 같다.
<키푸로스에서 발견된 보드 게임 상자, 기원전1250~1050년>
키푸로스의 보드 게임판까지 따지면 금나라가 세워진 12세기 현재, 보드 게임의 역사는 무려 2500년이 넘는 것이다. 2500년 동안 기마 유목 문화가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키푸로스에서 발견된 보드 게임 상자 조감도, 기원전 1250~1050년, 영국박물관>
키푸로스와 흉노, 금나라로 이어진 보드 게임의 이동을 지도로 그려보면 이렇게 된다. 보드 게임으로 대변되는 기마 유목 문화가 소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 한반도와 만주로 이어진 것이다.
<보드 게임으로 보는 기마 유목 문화의 이동 경로>
키푸로스의 게임 상자에 그려진 불새는 날개 달린 개다. 보드 게임의 이동 경로는 신성한 개를 믿는 신앙의 이동 경로와도 일치한다. 청나라 시조가 뜬금없이 왜 개가 자기 목숨을 구해줬다고 동네 방네 떠들고 다녔을까?
<사자 개를 조각한 수정 인장, 청, 17세기>
보드 게임 문화권에서 날개 달린 개는 신의 대리인이나 신 그 자체 혹은 지상의 왕을 의미했다. 개 즉 하늘이 자신을 지상의 왕을 정했다고 소문낸 것이다. 신라와 청나라 황실에서 황실 개를 키운 이유다. 황실 개는 옥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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