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43 개고기 대신 로또 기원, 명나라 도교

AnDant 2019. 2. 19. 12:00

907년 당나라가 망하고 약 60년 동안 중국 대륙은 선비족 미친 고 씨 패밀리 가 날뛰던 남북조 시대보다 더 정신없었다.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북부에는 다섯 개 왕조가, 중국 남부에는 열 개 왕조가 들어서는 오대십국 시대가 된 것이다. 나라가 망했다 세워지는 혼란기였으니 중국 사람들은 다시 개고기를 먹었을까? 

<정원에서 노는 어미개와 강아지, 명, 15세기>

스위스 산간벽지 사람들처럼 정말 굶주린 사람들은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의 정서는 이미 몇 백 년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당 왕조와 함께 경교와 마니교가 망했어도 아직 불교와 도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대십국 시대부터 청 왕조가 망하는 순간까지 중국 도교에서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오대십국 시대의 신선 유해섬, 청, 18~19세기>

개고기를 먹으면 죽어서 벌을 받는다고도 믿었다. 중국 도교 트렌드가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오대십국 시대 승상 유해섬은 벼슬을 때려 치고 수련을 해서 신선이 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도 그는 선계로 올라가지 않고 지상에 남아 백성을 구제했다. 생긴 게 두꺼비 같이 생겼는지 두꺼비 신선으로 불리는 그는 재복의 신이었다.

<도교 팔선 한상자가 피리 부는 모습, 명, 16세기>

가난한 백성들에게 아무리 퍼 줘도 마르지 않는 엽전 꾸러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세기 이후 중국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으면 유해섬이 모셔진 도교 사당에 가서 빌었다.

유해섬을 모신 도교 사당은 엽전을 벌었다. 풍류를 즐기며 살고 싶으면 음악의 신이자 피리의 신인 한상자에게 빌었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신들처럼 재복, 건강, 벼슬, 출산 등등 분야 별로 주요 신선들이 있었다.

<도교 팔신선나전칠기 쟁반, 명, 16세기>

천상의 제일 신은 옥황상제였다. 지옥의 신은  염라대왕이었다. 14세기 원나라에서 그린 시왕도(염라대왕 그림)를 보면 살아 생전 잡아먹은 짐승들이 염라대왕 앞에서 복수의 증언을 하는 장면이 있다.

염라대왕 앞에 끌려가기 전에 신선이 되어 하늘(신선 세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개고기는 먹으면 안 되었다. 신선이 되려면 술, 성 생활, 육식 모두 삼가야 했다.

<시왕도, 원, 14세기, 일본나라박물관>

 

음식을 먹지 않고 몸 안의 기로 사는 방법이 최상의 상태라고 믿었는데 개고기를 먹으면 기가 상해 그간 해 온 힘든 수련을 망친다고 절대 먹지 않았다.

참선을 중시한 중국 불교에서 채식을 강조하며 자극적인 맛이 나는 음식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와 함께 오리, 잉어, 뱀 등도 절대 먹으면 안 됐다.


이 중 개고기는 신선 수련을 하는 도사 뿐 아니라 일반 백성도 절대 먹으면 안 됐다. 개고기를 먹으면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 벌점까지 정해져 있었다.

 

단순히 수련을 위해 먹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죽어서 벌을 받기 때문에 먹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도교 생명의 나무를 심는 신선세계의 일꾼들,  청, 17세기>

조로아스터교에서는 개를 죽이거나 먹으면 죽어서 벌을 받는다고 믿는다. 17세기 중국 명나라 시대 발간된 도교의 목판화를 보자. 신선 세계에 사는 신선들과 하늘을 나는 선녀가 있다.

가운데 일꾼들이 심는 나무는 생명의 나무다. 개 머리를 한 새를 믿는 빛의 종교에서는 예배를 볼 때 생명의 나무에게 빈다. 빛의 종교 ‘개머리를 한 새’가 말하는 종교가 중국 도교의 시작이라고 했다.

<마니교 예배 모습 중 광명왕국으로 가는 생명의 나무 8~9세기 이전 추정>

결국 돌고 돌아 제 자리로 온 것을 알 수 있다. 빛의 세계인 신선 세계도 까막눈인 일반 백성들이 알아듣기 쉽게 보다 쉽고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졌다.

신선세계에는 어떤 신들이 어떤 일을 하며 사는지, 신선들이 먹는 복숭아는 어떤 맛인지, 선녀가 얼마나 예쁜지 하는 내용이 적힌 것이 도교의 권선서였다.

<선녀를 태운 뱃사공 옥 조각, 청, 18세기>


어느 마을에 사는 아무개가 개를 잡아먹었는데 벌을 받아 비참하게 죽었다, 아무개는 잉어가 눈물을 흘리자 다시 놓아 줬는데 알고 보니 용왕님 아들이어서 떼돈을 벌었다, 뭐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권서서를 보면 마치 이야기책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무협 소설을 보는 거 같기도 하다. 실제 무협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진교가 도교 교단인 걸 보면 중국 무협지는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사자개에 올라탄 서왕모, 명>


기연을 만나 내공을 얻고 수련을 해 육갑자의 공력이 생기다는 둥 날개 짓 한번으로 천리를 가는 봉황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등의 도교적 요소가 잔뜩 들어있다. 

당·송을 지나 명나라가 되었어도 개고기는 먹지 않는 것이 중국 도교의 상식이었다. 최고 여신인 서왕모는 사자개 등에 올라탄 모습으로 그려졌다. 사자 개는 유목 왕조에서 옥새와도 같이 귀하게 여기던 티베트탄 마스티프다.

<재물의 신 조공명, 명, 1482년>

정확히 이 시기 중국 도교가 조선에 전해졌다. 명나라 조정에서 조선에 권선서 500권을 선물한 것이다. 개 새 종교를 돌고 돌아 받아들인 중국 도교가 조선에 수출된 셈이다.


개 새 종교를 직접 받아들인 고구려는 오랑캐라 하여 역사에서 지워버린 조선은 스스로 중국의 교화를 받아 짐승(오랑캐)에서 벗어나 인간 꼴을 갖췄다며 자학했다. 중국 도교를 따르는 모습은 더 기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