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은 여름휴가 동안 먹을 ‘김일성 황구’를 평양 중이 목장에서 포태리 별장까지 비행기로 공수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겨 무장군인들이 지키며 키우던 ‘김일성 황구’를 외부에 내보내게 되었다.
여름 별장 옆에 중이 목장의 개 농장 지부를 만든 것이다. 포태리 인근 주민 중 일부가 차출되어 개 농장으로 일을 하러 갔고 평양보다 관리가 허술 한 탓에 김일성 황구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었다.
<노란 샤페이 강아지, 사진 출처 : Beverly&Pack>
처음 김일성 황구에 대한 뉴스를 접했을 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대명천지에 “누런 개가 가장 몸에 좋다”는 조선 시대 기록(사실은 신석기 시대 중국 기록)을 철썩같이 믿어 눈알까지 노란 누렁이를 만들어내는 미친 집단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 어려운 것을 김일성은 해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김일성 황구’가 김일성의 죽음을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김일성은 심각한 비만 환자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당뇨, 심장이상, 고혈압, 고지혈증까지 있었다.
<마오쩌둥과 만난 김일성, 1970년>
보통 제정신인 의사라면 (한의사든, 의사이든을 떠나) 이런 환자에게 “살고 싶으면 당장 고기 끊고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면서 운동부터 하세요!”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비행기로 공수를 해서라도 악착같이 개고기를 먹는 김일성에게 “풀떼기 드시며 운동하세요”, 라고 조언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을 것이다.
김일성이 개고기를 먹겠다는데 감히 못 먹게 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 의사는 사돈의 팔촌은 물론이고 그 의사가 속한 의료기관 관계자까지 죄다 처형되거나 아우슈비츠보다 끔찍하다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인류 역사 상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개고기의 식품영양학적 연구를 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초고도 비만 환자인데 개고기 중독이야. 그러면서 또 엄청 오래 살고 싶어해, 그런데 그 사람이 왕이야. 의사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딱 뛸 일이다.
<인류 역사 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여자로 기록된 바토리 백작부인(모함이라는 설도 있음), 헝가리, 1560~1614년>
‘개고기 먹고 장수하기 프로젝트’를 만들어 바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김일성 황구를 진시황의 불로초와 같은 불로불사약으로 규정하고 구구절절 개고기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앞서 살펴보았듯 불로불사약을 추구한 왕(지배자)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름다운 처녀의 피로 목욕을 했다는 헝가리 백작부인도 따지고 보면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것 뿐이다.
중국의 경우 주로 불로초나, 한식산이나, 금단 같은 희귀한 물건을 갈구하며 젊음을 탐했다. 손에 넣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희귀한 것이니 가치가 있었고 그만큼 불사의 몸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산삼이 인삼보다 귀한 이유는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인삼에는 산삼 같은 기적의 효능은 없다고 믿는다. 헝가리 백작 부인의 경우처럼 아름다운데 처녀인 여자를 찾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양자화의 북제교서도 중 한식산 마시는 사대부 혹은 귀족, 6세기>
특이하게도 김일성은 개고기로 불로불사를 추구했다. 그런데 강아지는 인삼보다 더 흔하다. 흔한 것 속에서 특별함을 찾으려니 ‘김일성 황구’라는 전혀 새로운 견종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산삼보다 귀한 개를 만들어야 했다.
북한은 또한 페니실린 발견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한 의학 기술을 개고기 약효 연구에 적용했다. 이것도 웃긴 게 북한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북한의 굶주린 어린이들 얼굴에 붙은 파리를 떨쳐낼 힘도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상태에서 죽어간다.
<북한의 군인과 생활 수준>
이런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투입해 ‘김일성 황구’의 식품영양학적 연구를 했다는 건 정상이 아니다. 비과학적인 결론(개고기는 몸에 좋다)을 도출해 내기 위해 과학적인 연구를 하는 척하면서 말이다.
‘개고기는 몸에 좋다’는 결론을 만들어 놓고 연구를 시작했으니 연구 과정은 오염될 수밖에 없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연구를 과학적인 척 하다 보니 북한에서 허준의 『동의보감』은 완전무결한 의학서가 될 수밖에 없다.
『동의보감』이 틀릴 리 없으므로 기적의 개고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그 사람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동의보감』의 개고기 효능은 완전한 채 남아있을 수 있다. 이게 북한에서 지금도 여전히 믿는 개고기 만병통치설의 진실이다.
한편, 북한의 개고기 연구는 김일성의 체질을 고려해서인지 주로 콜레스테롤과 고지혈증과 개고기의 관계에 집중되었다. 그 연구 결과가 개고기 지방에는 중성화 지방이 많아 몸에 좋으며 개고기 섭취 후 생기는 콜레스테롤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김일성이 머무는 방에 그 꽃을 장식했다는 산삼>
개고기 지방이 중성화 지방이며 그 증거가 개고기 지방은 물에 녹아내린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장난 같은 연구 결과는 어찌된 영문인지 한국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며 지금도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김일성 같은 비만 환자는 절대 동물성 지방을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오래 살려고 산삼 꽃으로 장식한 방에서 살며 특수한 흙을 깐 산책로에서만 산책을 했다는 김일성은 일단 살부터 뺏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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