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4. DMZ 콩 초콜릿과 개고기 공화국

AnDant 2019. 7. 4. 12:00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DMZ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DMZ 콩 초콜릿을 먹는다. 파주 특산물인 으로 만든 DMZ 콩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맛있기는 하지만) 마음이 착잡하.  

DMZ콩 초콜릿만큼 남과 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남한에 사는 우리는 콩에 온갖 공을 들인 콩 초콜릿을 먹는다. 이에 반해 통일 전망대 너머 북한사람들은 콩은커녕 콩깍지도 못 먹어 굶어 죽는다.

<DMZ 콩 초콜릿>

통일 전망대에 가면 북한이 너무 가까이 있어 놀라게 된다. 지척에 있는 DMZ 북쪽 마을을 거니는 북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콩깍지 죽도 못 먹어 굶주린 인질을 지켜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에티오피아 난민을 강 건너로 구경하며 DMZ 콩 초콜릿을 먹는 기분이다. 죽을 만큼 배가 고프다는 게 어떤 상황인지 선뜻 이해하기는 어렵다. 불과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봄마다 보릿고개를 겪었다는데 그 역시 어떤 삶이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DMZ의 북한군. 출처 Expert Infantry>

50년의 세월이 지난 후 남한에 사는 우리는 DMZ 콩 초콜릿을 먹고 있지만 북한에 사는 북한 사람들은 여전히 밥을 굶고 있다. 보통 한국 사람은 밥이 없으면 라면을 먹든지 삼각 김밥을 먹는다.  

이와 같은 남과 북의 경제력 차이는 아마 메우기 힘들 것이다어느 날 갑자기 한국이 쫄딱 망하지 않는 한 말이다경제력의 차이 외에도 남과 북에는 이미 엄청난 문화 차이가 생겨 버렸다. 남한은 자유 국가다지 꼴리는 대로 산다



북한은 거대한 통제 사회다. 국가 자체가 거대한 트루먼 쇼 세트장이다내가 통일전망대에 서서 DMZ 콩 초롤릿과 콩깍지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한 외국인 군사전문가는 중얼거렸다. “가짜네”. 

그는 내게 언뜻 보기에 평화롭고 풍요로워 보이는 북쪽 마을이 무대 세팅장이라고 했다그러고 보니 모든 집과 건물은 무대처럼 남쪽을 향해 세팅되어 있다. 그러니까 마을 전체가 관공서든 학교든 전부 남향이었다


<휴전선과 DMZ(비무장 지대)>

자전거를 타고 한가로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남자마저 괴이했다. 과연 그 남자는 일정한 패턴으로 정해진 시간에 따라, 공장에서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듯 북쪽 마을을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세트장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소름이 끼쳤다트루먼 쇼 세트장 같은 북쪽 마을을 크게 확대한 것이 북한 사회다. 김일성이 정권을 잡은 후 북한은 마치 거대한 세트장처럼 통제되고 있다


<개고기는 민족의 전통 요리라고 한 김정일, 자유아시아 방송,  2018년 7월 27일>

그렇기에 수 백 만 명이 굶어죽어도 강력한 쇄국 정책을 고집할 수 있었다. 앞서 주장했듯 기아, 내부 통제 그리고 북한의 개고기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은 약도 먹지 못할 만큼 가난하고 굶주렸기에 개고기를 먹는다

한 사람들이 개고기를 약과 식량으로 먹는 것은 절대 자연적인 상황이 아니다우리, 개고기 엄청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없어서 못 먹어!” “개고기는 북한 전통음식이야. 자랑스런 대표 음식이야!”. 


<북한에서는 비아그라 대신 먹는 누렁이 음경 요리(황구신), 통일뉴스, 2015년 9월 14일>

이런 주장이 궁색하게 들리는 것이 그들이 피죽도 못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만약 최고급 와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개고기 스테이크도 먹는다면 그럴 듯 하게 들릴 수도 있다. 현재 한국처럼 말이다. 비유를 하자면 북한은 이런 상황이다. 

칼에 찔린 상처에 치료랍시고 개 똥을 처바른 격이다. 왜? 항생제가 없으니까. 항생제 대신 개 똥을 바르면 상처가 곪아 패혈증으로 죽을 수 있다. 북한 지배층은 항생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서도 개 똥을 택했다. 그러면서 감정을 내세웠다


<개고기로 민족의 동질성 회복하자는 남한 기사, 통일뉴스, 2015년 9월 14일>

개고기는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이라는 개고기 애국심과 서양에 대한 적개심에는 논리가 없다. 오직 감정 뿐이다. 북한은 개고기를 반대하는 외국을 서양제국주의로 칭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북한의 선택은 한국의 개고기 문제 전체로 번졌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퍼진 개고기 애국심과 개고기 제국주의 개념도 북한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제국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에게는 낯설다. 일본 제국주의? 1945년 이후 끝장났다. 미 제국주의? 미 제국주의는 사실 우리와 상관없다


<1945년 9월 8일 한국에 진군한 미국 군대>

북한 주장에 의하면 미국 제국주의 덕분에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된 셈이다. 미국에 의해 남북이 분단? 미국에게 책임이 있다면 중국 공산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북한군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조선족에게도 책임이 있다. 소련에게는 없나?

한국의 개고기 문제를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당과 조선족, 그리고 북한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북한을 개고기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한국도 인류 역사 상 최악의 개고기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