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늑대 신앙과 페르시아의 무궁화

금제 허리 띠 외에도 흉노와 페르시아 그리고 신라가 이어진 증거는 있다. 우리 국화인 무궁화이다. 우리 국화인 무궁화의 원산지가 시리아다. 무궁화는 고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기록되었다. 신라는 스스로를  ‘무궁화 나라’라고 했다. 

무궁화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이다. 시리아가 원산지인 무궁화가 어떻게 해방 후 대한민국의 국화가 되었을까? 흉노와 우리 고대 왕조인 고구려, 백제. 신라는 관련이 깊다. 흉노는 또 페르시아와 연결되어 있었다. 

<흉노 이집트 신 모양을 한 팬던트. 기원전 1세기~기원 후 1세기. 몽골 박물관 소장>

기원전 1세기 경 지금의 몽골 지역에서 발굴된 흉노 유적에서는 이집트 신 모양을 한 팬던트가 출토되었다. 여자와 어린이를 보호하는 이집트 신인 베스로 추정된다. 베스 신 팬던트는 나쁜 기운을 쫓아주는 부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원 전에도 몽골과 이집트가 교류를 한 것이다.  

지금의 몽골에 위치한 흉노 지배층 무덤 안에서 지배층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직물이 나왔다. 이 직물은 당시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만 생산되었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는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였다. 흉노와 페르시아 제국이 교류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

알타이 지역과 중앙아시아, 페르시아에서 흉노, 흉노에서 신라로 이어지는 문화적 교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신라와 연결된 중앙아시아의 절대 패자인 흉노는 아틸라 왕을 끝으로 서서히 무너졌다. 흉노 대신 패권을 차지한 것이 투르크 계인 돌궐과 위그르다. 

사실 투르크는 흉노에서 갈라져 나왔으므로 둘은 같다. 흉노에서 투르크로의 패권 교체는 늑대 시조 신앙에서도 나타난다. 메스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에서는 개를 죽음과 관련된 신성한 존재라고 믿는 신앙이 있었고 그 신앙의 기저에는 알타이 샤먼이 있다고 했다. 

<이집트 전통신 베스>

수 만 년 전 아마도 늑대가 개로 순화되기 이전에는 신성한 개 신앙이 늑대 신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대부터 투르크와 몽골 (흉노), 알타이 문화권에는 늑대 신앙이 있었다. 늑대 시조 신화, 혹은 견조설화이다. 

늑대 시조 신화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조상이 위대하므로 우리도 위대하다는 것이다. 지배의 정당성이다. 알타이 문화권에서는 늑대 신은 지상의 모든 위험을 경고하고 이 세상 모든 늑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스키타이 늑대 모양 말장식. 기원전 4~5세기> 

삿된 것을 쫓는 개의 원조가 늑대인 것이다. 늑대 신은 또한 늑대의 세계, 즉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다른 세상은 신성한 산일 수도 있고 저 세상, 죽음의 세계이다. 늑대 신앙은 다시 수컷 늑대 신을 주로 믿는 종족과 늑대 여신을 주로 믿는 종족으로 나뉘었다. 

투르크 계와 흉노 계의 투쟁이다. 사실 흉노에서 투르크가 나왔으므로 구분은 무의미하다. 모든 흉노 족은 수컷 늑대의 후손이다. 흉노에서 갈라져 나온 투르크(돌궐, 위그르 등) 족 남자는 다시 암컷 늑대와 결혼해 후손을 남겼다. 

<스키타이 늑대 모양 벨트 장식. 기원전 4세기>

늑대의 후손과 암컷 늑대가 만나 신성이 배가 된 것이 늑대 여신 신앙이다. 늑대 시조 신화는 크게 흉노의 늑대 시조 신화, 투르크의 늑대 시조 신화, 몽골의 늑대 시조 신화로 나눌 수 있다. 모두 대 제국을 세운 부족이다. 

흉노는 수컷 늑대와 인간 여자와의 결합이다. 돌궐, 위그르 등 투크르의 늑대 시조는 인간 남자와 암컷 늑대의 결합으로 태어난 시조 신화이다. 돌궐의 시조인 아사나 씨족과 키르키스의 카바 족 신화, 카자흐의 나이만 족 신화가 있다. 

<전한. 푸른 늑대. 기원전2~1세기>  

러시아에 사는 투르크 계 족인 바르키스 족도 자신들은 늑대의 후손이라고 믿는다. 몽골의 칭기즈칸 일족은 푸른 늑대와 흰 암 사슴의 후손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는다. 푸른 늑대는 텡그리다. 흰 암 사슴은 아마 고대 북방 유목민이 신성하게 여긴 흰색 순록에서 변형된 듯 하다.

중국인들도 북방기마유목민이 늑대를 숭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듯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푸른 늑대는 원수였다. 기원전 2세기 경 중국 한족 왕조인 서한이 남긴 항아리를 보면 푸른 늑대를 향해 활을 쏘는 기마무사가 그려져 있다. 

<전한. 푸른 늑대를 쏘는 중국 기마궁수. 기원전2~1세기>  

기마무사는 북방기마 유목민 상징이 파르티안 기마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바지통이 넓은 한나라 의복을 입고 있다. 중국인은 푸른 늑대가 시리우스 별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시리우스는 서구에서는 '개의 별'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천랑성, 늑대의 별이다. 천랑성은 도둑질과 약탈을 관장한다. 또 중국 북서부 국경 밖을 지배한 흉노족을 의미한다고 믿었다. 천랑성이 유난히 빛나면 약탈자가 저주를 할 것이고 천랑성 별자리가 위치를 바꾸면 흉노족이 침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죽여 없애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