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사

21. 위구르의 늑대 머리 깃발과 개고기

AnDant 2018. 12. 18. 12:00

투르크 족이 세운 제국인 돌궐과 위그르 군대는 늑대머리 깃발을 사용했다. 사나운 늑대가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하는 머리에 술이 늘어져 있어 바람이 불면  마치 용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이는 깃발이다. 


왕들 역시 늑대 머리 깃발을 사용해 자신의 권위를 나타냈다. 유목민들의 거주지인 게르 앞에 늑대 머리 깃발이 꽂혀 있다면 그 게르 안에는 왕이 있다는 의미였다. 


<늑대 머리 깃발 by Omer Toy>


그러므로 늑대 머리 문양이 새겨진 유물은 투르크 계 지배층이 사용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 늑대 머리 양식은 사자머리를 한 용으로 변형 되기도 한다.

이것이 동양에서는 하늘을 나는 용 문양으로 발전한 듯 하고 서양에서는 투르크 계인 에트루리안이 로마 제국에 지배된 후 사자 문양으로 발전된 듯 하다. 모든 투르크 계에게 늑대와 개는 특별했다. 

<에트루리안 테라코타 주전자 늑대 머리 기원전 550년>

시작은 역시 늑대가 자신들의 시조와 관련되었다는 신화이다. 이 이야기는 최소한 기원전 6세기 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경 오손 왕 곤막이 갓난 아기였을 때 암늑대가 젖을 물려 키웠다는 이야기가 생기기 훨씬 전인 기원전 6세기 경부터 이탈리아 반도의 에트루리안은 늑대 머리 깃발과 동일한 문양을 사용했다. 


돌궐의 부민 카간(Vusun kagan 522) 막내 아들도 오손의 곤막처럼 암컷 늑대가 젖을 먹여 키웠다 흉노에 의해 왕국이 멸망한 홀로 버려진 막내 아들을 암컷 늑대가 구해 젖을 먹여 키웠다

이를 보고 감동한 흉노 왕이 막내 아들을 데려와 빼앗은 부민 카간의 제국을 돌려주었다. 흉노가 멸망시킨 오손의 곡막을 흉노 왕이 거둬준 것과 같은 이야기 구조다. 

<개 혹은 늑대 머리 모양 장식, 흉노, 기원전 3~2세기>

역시 투르크 계인 키르기스 족에게도 늑대 시조 신화가 있다. 사지가 마비된 아이를 부모가 황야에 버리자 암컷 늑대가 데려다 젖을 먹여 키웠다. 아이가 지금의 키르기스 카바 씨족의 선조이다.

카자흐족과 혈연 관계인 나이만족에도 늑대 시조 신화가 있다. 다른 부족의 침입으로 모두 죽고 늙은 남자 혼자만 살아 남았는데 암늑대가 그를 동굴로 데려가 살려주었다.

<터키 종신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1934>

러시아에 사는 투르크 민족인 바르키시 (Bashkirs) 또한 그들이 늑대에서 유래했다고 믿는다. 이처럼 모든 투르크 민족은 늑대 신앙을 믿었고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다터키의 아버지 스타파파 케말도  ‘푸른 늑대라고 불렸다. 


투르크는 모든 면에서 늑대를 숭배했다. 투르크 인에게 늑대는 수호자인 동시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안내자였다위그르의 영웅 오구즈 칸이 원정을 갔을 신비로운 청회색 갈기를 가진 푸른 늑대가 나타나 길을 안내해 주어 승리했다. 

<자니베크 칸.  1375년>

전쟁터에서 패한 위그르 인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있을 늑대 마리가 나타나 동굴 안으로 안내했다. 복잡한 동굴 끝에는  드넓은 초지가 있어 위그르 인들은 있었다


몽골 제국 킵차크 칸국의 10대 칸인 자니베크 칸은 늑대 덕분에 카자흐 칸국의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늑대가 자니베크 칸의 가슴을 뛰어넘어 늑대의 신통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위그르와 돌궐 군대 깃발에는 항상 늑대 머리가 올라가 있다. 늑대머리 깃발이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조상이 늑대 머리를 하고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늑대 인간은 고대 알타이 지역의 암각화에 등장한다. 

<늑대인간 암각화 by tarihvearkeoloji.blogpost.com >


물론 늑대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인간들도 있지만 늑대가 가지는 신성성은 지금도 투르크 인에게 유효하다.늑대 머리나 늑대 가죽을 뒤집어 쓰는 건 늑대의 힘을 갖고자 하는 행위다. 

위그르 족과 카자흐 족은 늑대의 이빨과 뼈를 호신 부적으로 지니며 삿된 것을 쫓고자 갓난아이 곁에 늑대 이빨과 뼈를 걸어두기도 한다. 

<흉노, 늑대 모양 허리띠, 기원전 3세기>

키르기스 족은 아이가 늑대처럼 건강하고 용감하기를 바라며 태어난 아기를 박제한 늑대 입에 넣었다 꺼낸다. 위그르 임산부는 늑대 가죽 위에서 분만한다. 아이가 용감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카자흐 족은 가축을 잃어버렸을  늑대 힘줄을 태우면 도둑이  사지에 경련을 일으켜 잡을  있다고 한다그런데 늑대를 신으로 숭배한  지역에서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신문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과거 투르크 문화권인 아제르바이잔 우표.1996>


역사 이래 늑대 신앙을 믿고 창세기 신화에 개가 인간의 생명의 은인으로 등장하는 투르크 문화권에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존재할 없다. 곳에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스탈린 시대 강제 이주를 당하고 혹독한 기아를 경험한 고려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