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개고기 전통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진짜 우리 전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진짜 우리 전통은 북방기마 유목민의 전통이다. 늑대 신앙과 신성한 개 신앙을 믿었고 창세기에 등장하는 은인인 개를 먹는 유목민은 없다.
<몽골 고원>
무엇보다 유목민은 고기가 주식이었다. 굳이 개를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북방기마 유목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농경민인 신농 씨의 관점에서 보면 국경과 거리는 매우 중요하다. 평생 집에서 십 리 이상 나가보지 않았다는 것이 농경민족적 관점이다.
중국 한족의 사고방식이다. 논 몇 마지기, 밭 몇 뙈기에서 벗어나 상상을 해보자. 유목민은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살았다. 철 따라 계절따라 이동을 했는데 범위가 좀 넓었다. 텐산 산맥에서 몽골 고원, 만주 초원까지 중앙아시아 전체가 그들의 이동지역이었다.
<몽골의 통행증 13~14세기. 몽골 국립 박물관>
중국 지린성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이역만리 떨어졌다는 것은 농경민족적 관점이다. 중앙아시아 북방 기마 유목민적 관점에서 보면 말로 열흘만 달리면 가는 거리였다. 국경과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말타고 가는 중에 만난 사람이 적이냐, 친구냐이다.
말을 타고 가다가 만난 사람이 적일 경우 살해될 수도 있었다. 적이냐, 친구냐를 가르는 중요한 근거가 조상과 정체성이었다.저 인간 정체가 뭐냐,를 따지는 판단 근거에는 개를 대하는 태도도 포함된다. 길가다 만난 인간이 중국인이라면 적이다.
<한나라 시대 강아지. 기원전 206년~기원후 220년>
한나라 인이 무덤에 개 잡는 모습을 그려넣고 흉노와 고구려, 이집트, 거란 등에서는 무덤에 발랄한 개를 그려넣은 차이이다. 한나라 인이 남긴 유물 속 개는 겁에 질려 있다. 선비족이 남긴 유물 속 개는 활기차다 못해 사납다. 농경민과 유목민의 차이였고 곧 정체성의 차이였다.
우리 조상인 고구려는 유목 왕조가 다스린 국가였다. 개가 금보다 귀한 철 목걸이를 하고 주인과 산책을 하던 이유이다. 고구려 지배층은 파르티안 기마법을 능숙하게 구사하던 무사들이었다.
<돌궐의 금관. 몽골의 국보. 8세기. 몽골국립박물관 소장>
같은 문화, 같은 역사,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큰 의미에서 동료였다. 여차하면 파트너가 될 자격이 있었다. 다른 문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적이었다. 여차하면 피지배계급이 될 수 있었다. 유목민이 제국을 건설한 경우 노예계층이 되는 사람들이다.
스키타이, 페르시아, 흉노, 고구려, 선비, 돌궐, 위그르, 몽골, 여진, 거란, 청은 큰 틀에서 봤을 때 같은 문화를 공유한 하나의 공동체였다. 선비족은 삼국지의 배경이 된 삼국 시대 이후 중국 대륙을 지배했다. 이들은 북위, 서위, 북주, 동위, 북제 왕조를 세웠다.
<고구려 고분 벽화 중 말탄 주인과 철제 목기걸이를 한 개. 5세기 초>
투르크에 대해 알고 싶으면 로마에 지배되기 전의 에트루리안을 알아보면 된다. 고구려에 대해 알고 싶으면 선비족 왕조를 알아보면 된다. 이런 식으로 얽혀 역사, 같은 문화,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중국 한족을 압박하며 중앙아시아를 지배하던 진짜 지배자들이었다.
청이 망하자 티베트와 위그르가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목숨으로 거부한 이유이다. 티베트 인과 중국 공산당이 남인 것처럼 한국인과 중국인도 생판 남이다. 남의 조상을 내 조상이라고 하지 말자. 남의 신을 우리 신이라고 우기지 말자.
<북위 부처와 사자개 두 마리. 5세기 후반~6세기 초>
동의보감의 원저자라 할 수 있는 신농 씨는 중국 한족이 믿은 농사의 신이자 치유의 신이다. 농경민인 중국 한족 입장에서야 고기 국물만 한 사발 먹으면 나을 펠리그라 병에 쓸 고기가 없으니 개고기가 약이라고 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개고기가 약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너무 가난해 고기도 없고 약도 없기 때문이다. 유목민은 고기가 주식이다. 야채섭취가 부족해 괴혈병에 걸릴 수는 있어도 적어도 펠리그라 병에 걸려 죽을 걱정은 없었다. 북방 유목민이 차를 열심히 마신 이유이다.
<몽골의 차 용기와 은제 물통 19세기>
유목민에게는 차가 약이었다. 개고기는 약도 아니고 식량도 아니었다. 위그르 족과 카자흐 족, 키르키스 족 중 키르키스 족이 늑대 뼈로 건망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는 한다.
이마저도 늑대가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고 믿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늑대를 숭배하고 개를 숭배한 것이 알타이 문화다. 레드 썬. 집단 최면에서 깨어나듯 중국 좀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유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개냐, 개고기냐? 정체성 전쟁 (0) | 2018.12.01 |
---|---|
14. 주인의 영혼을 지키는 개 (0) | 2018.11.29 |
10. 여신의 개를 약으로 먹은 바빌로니아 (0) | 2018.11.20 |
9. 개 숭배 신앙을 가진 세계 3대 문명 (0) | 2018.11.17 |
1. 백일의 낭군님 속 개의 고향은 티베트 (0) | 201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