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사

15. 개냐, 개고기냐? 정체성 전쟁

AnDant 2018. 12. 1. 12:00

중앙아시아 유목민에게 개고기는 금기 음식이다. 개는 조물주가 만든 신성한 동물이자 인간에게 곡식을 가져다준 은인이다. 개는 또 죽음과 관련된 신성한 존재이다. 영혼인도견이다.


원래는 늑대가 죽음과 관련된 신성한 존재였다. 늑대는 다른 세계로 갈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다. 다른 세계는 신성한 산이자 저 세상이다. 늑대가 인간에게 길들어져 개가 되는 동안  늑대 신앙이 영혼인도견 신앙으로 구체화된 듯 하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유목 도시>


그러므로 개냐? 개고기냐? 는 고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인이냐, 유목민이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 유목민, 하면 막연하게 오랑캐라고 오해하기 쉽다.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 족이 원래 아시아에 살던 유목민족이며 농사를 짓지 않고 도시나 성벽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키타이 이래 거대한 황금 제국을 세운 유목민은 안타깝게도 글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조상의 영광을 노래로 만들어 외웠다. 


<흉노 인이 사용하던 보드 놀이 판.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장엄한 조상에 대한 서사시를 부를 후손이 사라지자 이들의 역사도 사라졌다. 그러므로 중앙아시아 유목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양과 서양, 여기저기 산재한 역사적 기록을 이어 붙여 하나의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은 같은 혈족같은 부족 단위로 모여 살았다. 그 안에서 말을 치는 유목민과 양을 치는 유목민으로 나뉘었다. 초원 판 귀족과 평민이었다. 말을 치는 유목민이 귀족이자 왕족이었다. 고구려 주몽은 말치기였다유목민  왕족이었다는 이야기다


<몽골의 오논 강변. 흉노,선비, 돌궐, 위그르, 거란, 여진, 청의 본거지. 주채혁 교수 제공>


흉노, 선비, 고구려, 돌궐, 위그르, 몽골, 거란, 여진, 청 왕조는 모두 말 떼 농장을 운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요충지를 차지하여 군사력을 키웠다. 몽골의 헹티 지역에서 흉노, 돌궐, 몽골 유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평민인 양치기 보다 말 떼를 소유한 귀족들의 이동 범위가 더 넓었다. 이동을 하며 자연스레 교역을 했다. 물물교환 같은 형태에서 비단 교역처럼 국가 단위로 커졌다. 교역 단위가 커질수록 물건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력도 필요했다. 초원길과 비단길을 따라 교역을  막대한 황금을 벌었다 황금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제국을 이루었다.


<흉노 터키석 금장식 BC1세기~ AD1세기. 몽골 국립박물관 소장>


교역로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서 승리한 부족이 제국을 이루었고 씨족  혹은 부족 명이 제국 이름이 되었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지금은 비록 패권을 장악 했어도 어느 순간 또 다른 실력자가 나타나 패권을 빼앗아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미래의 반역을 미리 차단 하려면 자신이 정당한 지배자임을 만방에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초원의 지배자들은 자신이 하늘(‘텡그리)의 후손임을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북방기마 유목민에게 있어 텡그리가 매우 중요했다.  



<단군 초상>


텡그리는 단군이다. Tangun이 몽골어로 Tengri, 터키어로 Tangri이다. 단군스키타이흉노선비고구려돌궐위구르거란여진몽골  북방 기마 유목민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하늘에 대해 알아야한다. 또 이들을 별개로 취급하지 말고 하나의 문화를 가진 공동체로 보아야 한다. 


흉노에 대한 설명은 모든 북방기마유목민 전체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흉노는 텡그리 (하늘 또는 ) 성스러운 산을 숭배했다. 텡그리는 하늘이자 신이자 자연의 섭리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신성한 하늘 복종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돌궐 은제 사슴상. 8세기. 국립몽골박물관>


하늘 신앙은 알타이 샤먼이다. 알타이 샤먼을 믿은 알타이 초원과 중앙아시아 지역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불교, 이슬람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였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신앙은 샤먼이었다심지어 이슬람 교가 지배한 후에도 샤먼은 건재했다


흉노, 선비, 고구려, 돌궐, 위그르, 몽골, 여진, 거란, 북방기마유목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푸른 하늘’, 텡그리였다흉노와 투르크(위그르, 돌궐, 나이만 ) 늑대가 시조를 구해주거나 늑대가 시조가 되는 신앙을 믿었다. 등장 하는 늑대가 텡그리의 대리자이거나 샤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