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년 기독교 공인 후 로마 당국이 하나의 성경을 만들기로 하자 각 계파 간 교리 전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3세기 넘는 세월 동안 각자의 교리를 발전 시켜온 알렉산드리아 파와 안티오크 파가 심하게 싸웠다.
이 중 알렉산드리아파가 이겼고 그 결과 유럽에서는 푸아그라 같은 음식이 발전했다. 알렉산드리아 파와 푸아그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렉산드리아파의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초기 로마 카톨릭 교리의 뼈대를 만든 인물이다.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먹여 간을 비대하게 만든 푸아그라>
안티오크 파는 성모 마리아를 부정했고 성상 숭배를 금지 했다. 지금의 천주교 성당에서 성모마리아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상을 제외하면 뭐가 남을까? 신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알렉산드리아 파와 안티오크 파의 차이는 끝도 없다.
그런데 둘의 차이는 동물에 대한 관점 하나로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거위를 고문해서 비대한 거위간을 먹어도 되느냐? 안 되느냐? 는 생명론의 차이다. 프랑스 푸아그라 요리가 생긴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초기 교리 싸움 결과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성 아우구스티누스 초상, 6세기, 로마>
알렉산드리아파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죽이지 말라’는 계율에 동물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거위를 죽이든 말든 고문을 하든 말든 상관 없다는 얘기다. 이런 성경 해석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론이 313년 이후 거의 2천 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다.
로마 제국이 만든 로마 카톨릭에 의하면 동물은 제대로 된 생명체가 아니었다. 자연의 사다리 중 인간이 제일 위에 있고 동물은 밑바닥에 있었다. 신의 섭리에 의해 동물은 인간을 위해 노동하거나 고기와 (살육의) 즐거움을 안겨줄 의무가 있었다.
<스콜라 철학의 대가, 토마스 아퀴나스>
동물은 그저 인간을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13세기 카톨릭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는 동물에게는 이성이 없으므로 죽으면 영혼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러니 동물을 죽이는 죄책감 따위 가질 필요 없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당연히 유럽에서는 살아있는 거위 털을 뽑거나 살아있는 암퇘지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거나 작은 새의 눈알을 뽑고 무화과를 먹여 4배로 살을 찌운 후 최고급 술에 익사시켜서 먹는 잔인한 요리법이 발달했다.
<눈알이 뽑히고 강제로 4배로 살이 찌는 프랑스 촉새 오르톨랑>
만약 "참새만한 새 눈알을 뽑아 작은 비둘기만하게 살찌우는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다! 거위도 생명이고, 돼지도 생명이다!"고 항의 했다가는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동물 학대란 개념 조차 없었다.
동물은 사랑을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마녀로 몰린 이유 중 하나다. 14세기 중세가 끝난 후에도 이런 생명론은 여전히 유럽에서 유효했다. 17세기 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개가 죽을 때까지 채찍질을 했다.
개가 지르는 비명은 아파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기계에서 내는 삐끄덕 소리 소음 같은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싸이코패스라 개를 때려죽인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의 이론에 의하면 동물은 일종의 물건 같은 거라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일본 군이 생체실험을 한 논리적 근거기도 했다. 고통, 행복, 두려움 등은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알렉산드리아파의 아우구스티누스 식 성경 해석은 19세기 인종론으로도 이어졌다. 흑인종과 황인종은 인간이 아니었다. 동물과 인간의 중간 쯤에 위치한 진화가 덜 된 존재였다. 이 인종론이 유럽인들을 잔인한 제국주의자로 만들었다.
하나님이 인간(유럽인)에게 이 세계를 지배할 권리를 주셨으니 당연히 유색인종은 유럽인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의무가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신의 섭리이자 유럽의 상식이었다.
<로마 카톨릭에서 보는 생명의 사다리>
로마 카톨릭 신부들이 신의 뜻이라고 외치며 잔인한 제국주의 식민 지배의 앞잡이가 된 이유이다. 스페인을 비롯해 전 세계 어디든 달려가 신의 말씀을 전하던 로마 카톨릭은 17세기 조선에도 전해졌다.
생명론에 관해서만 보자면 한국 천주교는 여전히 17세기 유럽인과 같은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경에 나오는 금지 식품 조항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전 세계 천주교 중 유일하게 개를 먹는다.
<17세기 유럽의 생명론 수준에 머문 2015년 한국 천주교 인사>
아직도 동물은 물건이며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개고기를 즐기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연례 행사처럼 개를 때려죽일 때 내는 비명 소리도 삐걱거리는 기계음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필요 없지만 만약 그 때 안티오크 파가 이겼다면 인류 역사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또 만약 그 때 아우구스티누스가 마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특히 프랑스 신부에게 개고기를 먹인다는 한국의 모 지역 카톨릭 신부, 2011년>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인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교 안의 기독교 교리에 의문을 느껴 더 훌륭한 종교인 기독교로 개종했다. 마니교 안의 기독교란 안티오크파 기독교다. 안티오크 파는 채식을 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채식, 이 한 단어로 모든 상황이 설명된다. 얼마 전 수 백 마리의 개들을 잔인하게 도살한 대형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검찰에 고발되었다. 어이 없게도 그녀는 아주 엄격한 채식주의자였다.
<해마다 모 지역에서 직접 개를 때려잡는다는 일부 한국 천주교 본부 사람들. 사진 : 한겨레>
채식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니교는 '죽이지 말라'는 계율을 철저히 지킨 것 같다. 전 마니교(안티오크 파 신자) 신자 아우구스티누스가 굳이 '죽이지 말라'는 성경에 동물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콕 집어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죽이지 말라는 안티오크 파와 죽여도 된다는 알렉산드리아 파가 싸웠다. 황제의 명령에 의해 당장 성경을 만들어야 하는 로마 당국 입맛에는 누구 말이 더 맞았을까? 당시 로마 사람들은 콜로세움에서 사람과 동물을 죽이는 걸 최대 오락거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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