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중세 천주교 십자가에는 개가 있었다 개고기 역사 독립 연구소

개고기 역사 독립 연구소

75. 중세 천주교 십자가에는 개가 있었다

유럽사

교황이 짝지워주는대로 결혼을 했으니 지금도 모든 유럽 왕가는 친척이다. 국가 개념보다는 영지로 나눠지던 중세시대 제일 잘 나가던 친척은 지금으로 치면 프랑스, 이태리 왕가였다. 

<새(불 새 추정)와 개(불 개 추정)새겨진 타일, 스페인, 15~16세기>

좀 떨어지는 친척은 스페인 반도, 영국, 독일이었다. 스페인 반도는 일부 이슬람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영국과 독일은 프랑스에 비교하면 시골 촌구석이었다. 


<끝내 알프스 산을 넘지 못한 9세기 말더듬이 왕, 루도비쿠스 2세와 비만견>

프랑스, 이태리 사이에 낀 스위스는 지지리도 못 사는 친척이었다. 특히 넘어오기만 하면 준다는 이태리 왕위도 포기한 프랑스 왕이 있을 정도로 험난한 알프스 산간 지대에 사는 스위스인은 더 가난했다. 


<강아지 모양 배지, 15세기, 영국>

굶어죽지 않기 위해 그들은 치와와를 잡아먹은 아즈텍, 마야 문명 사람들처럼 알프스 눈 속에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해주던 세인트버나드라도 잡아먹어야 했다.

<스위스 사람들이 잡아 먹었을 세인트버나드의 인명구조 장면, 1831년>

19세기 파리, 특히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당시 파리에 개고기와 쥐고기를 파는 상점이 있었다는 이유로 유럽에서도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멧돼지 공격하는 개가 그려진 메달, 프랑스, 1240-60년>


적어도 중세 유럽에서 개는 채찍으로 때려죽일 수는 있었어도 먹을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천주교와 개신교는 멋대로 해석해 개고기를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엄연히 성경에는 금지음식이다. 


<하프스텐 성당 바닥 타일 중 개 문양,  영국, 14세기>

19세기 프랑스 파리는 18세기 마리 앙뜨와네트가 처형을 당한 이후 카톨릭은 힘을 상실한 상태였고 식량난을 겪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처럼 쥐고기, 사람고기까지 먹을 수 있었다. 

<개고기 고양이 고기를 파는 파리를 그린 삽화, 1801년>

알프스 산맥에서 개고기 먹은 사람들은...(돼지나 먹는다고 믿은 남아메리카 산 감자를 유럽에서 제일 처음 먹었을 정도이니) 불쌍하기도 하고 잡아 죽이고 싶었어도 잡으러 올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레위기」 와 신명기에 의하면 개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고 발가락도 여러 갈래라서 더럽다. 인간이 먹을 음식이 아니다. 

<예수 탄생 지켜보는 개들, 프랑스, 14세기>


구약 따위 안 믿는 천주교니 개고기를 먹어도 상관없을 거라고? 청결 문제를 떠나 중세 유럽 카톨릭 사회에서 개고기를 먹었다가 신성모독으로 화형을 당할 수도 있었다. 


중세 유럽에서 개는 예수 탄생을 지켜보는 증인이자 수호신이었다. 또 아기 예수와 성모마리아를 지켜주는 보호자이기도 했다. 초기 교회 중 안티오크 파가 믿은 개 머리를 한 성인과 정확히 같은 개념이다.  


<아기 예수를 멘 성 크리스토퍼 펜던트, 독일, 15세기>


엄청난 힘을 가진 개(신)가 나타나 어린 예수의 인생 여정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로마-카톨릭은 달리 해석했다. 머리가 개인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쏙 빼고 성인 크리스토퍼가 여행자를 지켜주는 성인이라고만 교육한 것이다  

<용을 공격하는 개가 그려진 메달, 프랑스, 1110-30년>


이렇게 해서 유럽에서 여행자의 수호신 성인 크리스토퍼는 어깨에 아기 예수를 둘러멘 모습으로 기운 센 천하장사로 묘사되게 되었다. 이 밖에도 중세 유럽에서 개는 무서운 용과 싸우는 용감한 수호자이기도 했다. 


<개가 그려진 십자가, 프랑스, 1160-1170년>


무엇보다 중세 유럽에서 개는 십자가에도 등장하는 신성한 존재였다. 12세기 프랑스 천주교 십자가에는 개가 그려져 있었다. 십자가 그림 중 오른쪽을 보자. 


<<개가 그려진 십자가, 프랑스, 1160-1170년>>

유대인이 이집트를 탈출한 출애굽기를 기념한 유월절 모습이다. 유월절은 유대교 기념일이지만 유럽 천주교에서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십자가 속 남자가 들고 있는 그릇 속 빨간 액체는 숫양 피다.

양 피로 집안 대문에 부적(글씨)를 쓰고 출애굽을 기념한다. 그런데 이 남자, 개 집 문설주에까지 양피 부적을 써주고 있다. 


<개를 안은 마리아 청동상, 프랑스, 14세기>

중국 『사기』에 의하면 고대 중국에서는 복날이면 개 피로 쓴 부적을 대문에 붙여 액운을 막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 팔자는 참 극과 극이다.


<성 로크의 개, 프랑스, 1500년>

다친 순례자를 천사에게 인도하는 성인 로크의 개를 보면 개는 치유의 상징이기도 했다. 루크의 개는 항상 주둥이에 빵을 물고 있다. 천주교에서 빵은 곧 예수님의 신체다. 

이처럼 중세 유럽에서 개가 십자가에 등장하고 성모 마리아가 개를 안고 있었다는 것은 개가 곧 신이라고 믿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