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 유목사

29. ‘황제의 딸’ 조상은 신라인

AnDant 2019. 1. 10. 12:00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히트한 중국 드라마가 있다. 잃어버린 청나라 공주 이야기를 그린 ‘황제의 딸’이다. 이 드라마 하나로 무명이던 조미는 일약 중화권 최고 스타가 되었다. 


강남 순행 중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난 ‘황제의 딸’ 의 아빠는 청나라 건륭제다. 건륭제는 중국 역사 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이룬 황제 중 하나다. 그 위대한 건륭제가 자기 조상은 신라인이라고 밝혔다. 


<강남 순행 중인 건륭제, 청, 1770년>


아빠 조상이 신라인이니 딸 조상도 당연히 신라인이다. 건륭제 이름은 애신각라홍력(愛新覺羅弘曆). 성이 애신각라고 이름이 홍력이다. 건륭제를 비롯한 청나라 황족 성은 애신각라(愛新覺羅)다.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자, 라는 뜻이다. 


뜬금포로 청 황족 이름에 신라가 나오자 당황을 했는지, 단순히 한자를 차용한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청나라는 원래 여진족으로 자기 나라 글자가 없으니 한자를 가져다 쓴 것이라는 것이다. 


<반란 토벌 후 축하연을 여는 건륭제, 청, 1758~1759>


예를 들어 애신(愛新)은 부족 이름인 아이신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화답하듯 한국에서는 유전자 검사 결과 만주족과 신라인은 서로 다른 인종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중공 역사학자들이 파르르 하는 건 이해된다. 


대체 거기에 동조하는 한국 역사학자들은 뭔지 궁금하다. 유전자 검사로 같은 민족임을 조사한다는 발상 자체도 지극히 농경민족적인  관점이다. 스키타이 이래 모든 기마 유목 왕조는 인종과 시대만 다르고 문화가 같다고 했다. 


<서재에서 업무 중인 건륭제, 청, 18세기 중반>


지배 가문끼리 연합해 혈통을 지키려 노력한 것이지 인종을 지키려 한 것은 아니다. 왕 부족과 왕비 부족 인종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 건륭제가 자기네 조상은 신라인이라고 주장하는 역사책에 남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 역사학자들은  『야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야사』는 역사가 아니라 소설 나부랭이라는 뜻이다. 한나라 유방처럼 일자 무식쟁이도 아니고 그 위대한 건륭제가 설마 『야사』를 근거로 조상의 뿌리를 운운 했을까? 


<조상을 기리는 글을 낭송하는 건륭제, 청,  1788년>


건륭제는 청나라 두뇌들이 모인 한림원에 특별히 명해 청 황실 조상에 대한 역사책  『흠정만주원류고』를 쓰게 했다. 중국 한족들이 남긴 한족 관점에서 본 역사가 아닌 기마 유목 왕조 관점에 판단하는 역사를 남기고 싶었던 듯 하다. 


건륭제 뿐 아니라 인류 이래 역대 모든 역사는 정권과 야합했다. 물론 지금도 역사 전쟁은 진행중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싸우고 한국은 일본과 싸운다. 각 나라 역사 교과서에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쓴다. 마지막에 끝까지 살아남는 역사가 『정사』다.



<자금성에서 재판하는 건륭제. 청중 속에 개가 있다. 청, 18세기 중반>


역사 전쟁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간파한 중국 한족은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그 작업을 하고 있다. 유목민은 역사를 노래로 남겼다고 했다. 기록이 귀한 만큼 유목민 관점에서 쓴 『흠정만주원류고 가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건륭제의 명을 받은 한림원 학자들은 신라와 백제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 만주와 요서지방에 이른다고 결론지었다. 이 사실 역시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애써 무시하며 건륭제의 주장은 허황된 『야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개가 목숨을 구해준 청나라 시조 누르하치>


신라와 백제가 중앙아시아를 누빈 유목 왕조라면 충분히 가능한 가설인데도 말이다. 어째서 일본 황족이 일본 황실은 백제 계라는 말을 하면 환호 하고 청 나라 황제가 청나라 조상은 신라라는 말은 무시하는 걸까?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없는 식품 영양학과 교수가 주장하는 신라 개고기 식용설은 믿으면서 말이다. 가짜라고 치부하기 전에 신라 사람이 어쩌다 청 황실의 조상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건륭제 아버지인 옹정제 명으로 그린 세상에서 가장 귀한 개 중 한 마리. 청, 1737년>


청왕조와 중국 한족은 지배민족과 피지배민족 관계였다. 주인과 노예다. 조상은 천랑성이 뜨면 약탈당하는 신세였다. 사이가 좋을 리 없다. 청나라 말기 중국 한족은 공산당과 국민당을 중심으로 청 왕조 타도를 외쳤다. 


결국 중국 대륙을 차지한 중국 공산당은 만주로 쫓겨난 청나라 왕족과 만주족 수 십 만 명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인종 청소다. 그러면서 청나라 영토를 물려 받았으니 과거 청나라 영토를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나라 지도, 1935년 발행>


청나라가 역대 최대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던 이유는 청과 만주, 몽골, 티베트, 위그르가 같은 개숭(배하는) 파 유목 왕조였기 때문이다. 치고 받고 한 끝에 맏형 격인 청왕조에게 일임한 것이다. 그 맏형인 청 왕조를 중국 공산당이 죽였다. 


죽여놓고 사실은 자기 조상이니 그 집 재산이 다 자기네 거라는 격이다. 중국 한족은 개먹(는)파다.  중국 한족은 국민당 공산당 가리지 않고 티베트 침공 후 개를 죽이고 개고기를 먹었다. 


<타타르(신장) 사신에게 백마를 선물 받는 건륭제, 청,  1757년> 


티베트인은 중국인을 '개고기 먹는 인간'으로 부른다. 청 왕조에는 황족만 만질 수 있는 페키니즈가 있었다. 개먹파와 개숭파는 절대 같지 않다. 티베트, 위그르, 몽골, 만주는 원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도리다. 


만주는 만주 전쟁과 한국 전쟁 후 쑥대밭이 되면서 중공으로 넘어가 조선족 자치구가 되었다. 티베트와 위그르, 몽골에서는 수 백만 명이 학살되거나 수용소에 갇혀 있다. 이것이 현재 중국과 티베트, 위그르, 몽골, 만주의 역학 관계다. 


<폐허 속에서 개를 끌어안고 우는 티베트 어린이>


나는 청나라 신라인 설 역시 한국의 개고기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본다. 만일 중국 공산당이 청나라의 정당한 후계자라면 청 왕조 조상은 절대 신라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청 왕조가 신라 역사에 포함된다면 청나라 영토는 한국 땅이 될 수도 있다. 청 왕조와 신라 역사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신라는 농경민족이 되어야 한다. 개고기는 한국의 전통이 되어야 한다. 역사 전쟁이다.